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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늑돌이와 쑤기의 앙코르왓 여행기의 두번째다.
저번 편이 앙코르왓 여행에 대한 요약 정보라고 하면, 이번 편부터는 체험담 위주의 이야기들이다. 시간 없으신 분들은 1편만 보고 여행을 준비해도 큰 무리는 없을 것 같다.
참고로 이번 여행기는 시간을 순서대로 따라가기 보다는 주제별로 적당한 부분은 한꺼번에 묶어서 적을 것이다.
그러니 우리의 선택은 하나, 공항 리무진 버스 뿐이었다. 공항 리무진 사이트를 뒤져보니 대략 새벽 5시 정도에 우리집 근처를 지나는 버스가 하나 있더라. 그걸 타기로 했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더 발생하는데, 짐을 다 싸고 났더니 새벽 두시 였다는 점. 하는 수 없이 쑤기 마님은 고이 재우고 늑돌이는 밤을 지샜다... 라고 해봤자 네시에 마님을 깨웠으니 겨우 두시간 안 잔거다. 아무튼 일어나 남은 밥을 뜨거운 물에 훌훌 말아서 맛있게 먹어치우고 네시 반 경에 집을 나섰다.
겨울에 따뜻한 동남아로 떠나는 여행에서 복장은 많이 신경쓰이는 부분이다. 얇게 입고 가자니 짐은 적지만 공항을 오갈 때 춥고, 두껍게 입고 가자니 짐이 많아지고(맡기는 곳도 있다지만 비용이 더 드니까). 결국 되도록이면 얇은 옷을 입고 나가는 걸로 해결하긴 했지만 그래도 추운 편이었다.
20분 정도 미리 도착해서 덜덜 떨고 있다가 리무진 버스가 도착. 타고 나니 안 추워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 시간에 타는 사람들 대부분은 공항에 근무하는 분들이더라. 막히지도 않고 휭하니 달려서 여섯시도 채 되기 전에 도착했다.
여섯시가 되어서야 센딩 업체들이 자리잡기 시작하고 있었다. 센딩 업체가 뭐냐 하면, 여행사와 연계해서 출국하는 이들에게 티켓과 몇가지 주의사항을 일러주는 일만 전문으로 하는 업체다. 우리는 제일 먼저 티켓을 받고 비행기 표도 제일 먼저 끊었다. 그 유명한 로얄 크메르 항공.
■ 불안한 로얄 크메르 항공 타기
1편에서 적었다시피 늑돌이와 쑤기가 선택한 항공편은 로얄 크메르라는 다소 생소한 항공사이다.
크메르 Khmer라는 말이 캄보디아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민족을 뜻하는 것을 봐서 캄보디아 국적 항공사라는 것은 알 수 있었는데, 그 외에는 잘 알 수 없다는 점이 문제다.
그래서 늑돌이는 인터넷으로 조사를 시작했다. 찾아낸 정보를 보면, 이 항공사는 우리나라에 다니다가 문제가 많아서 작년에 스스로 운행을 중단했다가 올 초에 다시 취항을 했다고 한다. 홈페이지에 가봐도 작년 11월 11일에 비행기가 뜨기 시작했다는 이야기가 적혀 있다. 그런데 문제는 사람들 평이 별로 안 좋고 심지어 여행사에서도 권하지 않는 것이었다.
이번에 조사하면서 알게 된 건데, 만일 어떤 항공편이 제 시간에 출발했는지, 결항했는지 알아보려면 인천공항 홈페이지의 운항정보를 보면 된다는 것이다(여러분도 어떤 항공사의 운항기록을 보려면 찾아보시라). 로얄 크메르의 항공편을 찾아보니 역시나 연착은 물론, 결항도 있었다. 불안한 상태로 며칠간 고민했다.
사실 연착이나 결항도 문제지만 저가항공사의 더 큰 문제점은 정비 불량에 있다. 저가를 유지하기 위해 오래된 기체를 가지고 적은 인원으로 많은 항공편을 돌리다 보니 사고가 잦은 것이다. 이 ‘사고’라는게 목숨에 직결된 사안이라 더욱 걱정이었다. 미남박명이란 말도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열 크메르를 버리지 못 했던 이유는 단 하나, 일정이었다. 첫날 아침 8시 45분에 출발, 대만을 경유해 오후 1시 반경에 도착하여 1, 2, 3, 4일을 씨엠립에서 다 쓰고 마지막 5일째도 하루 종일 다 쓴 채 밤 11시 10분에 출발할 수 있는 그야말로 환상의 시간표였다.
이게 무슨 이야기냐 하면,
패키지가 아닌 휴가 쪼개서 나가는 자유여행자에게 이거만큼 더 좋은 건 없는 거다. 늑돌이가 베트남 갔을 때 처럼 한밤중에 도착해서 헤맬 필요도 없고 낮에 도착해서 다음날부터 뭐할까... 차분히 생각하면서 딩가딩가 시내를 구경하면서 마음 편하게 지낼 수 있다는 뜻이다.
씨엠립에 취항하는 마카오 항공 같은 다른 저가항공은 물론,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같은 고가(?)항공사도 대부분 저녁이나 밤늦게 도착하는 일정이었기 때문에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었다.
그래서 늑돌이와 쑤기는 달렸다. 여행사 직원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어차피 인생 뭐 있나 하는 기분으로.
일단 출발은 제대로 했다. 아니, 8시 45분 출발이었는데 8시 30분에, 더 일찍 해버렸다.
모든 인원이 탑승했기 때문일 꺼야... 그럴 꺼야... 그렇겠지... 설마 그렇지 않을까...
비행기는 정말 작은 녀석이다. 얼마나 작냐 하면 맨 뒷자리에 앉아도 기장실 문 열면 안까지 다 보인다. 거기다가 낡은 기종인지라 방음 시설도 그리 좋지 않다. 소음으로 내내 귀가 멍멍한 편. 역시 저가항공이다.
그리고 왜 깜빡이는 형광등을 비행기 안에서도 봐야하는지 무지 궁금했다.
한국인 스튜어디스가 한명 정도 있었다. 서비스 수준은 그리 대단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열심히는 하는게 그리 기분나쁘지는 않았다. 늑돌이가 이용한 자유여행팩 여행객 7명 정도 빼고는 대부분 패키지 여행객이었는데 대부분 앞에 앉았더라. 나중에 알고 보니 뒷자리는 소음이 더 심했다. 혹시 나중에라도 이용하게 되면 앞자리에 타시라.
자리는 반 정도만 차 있었다. 그래서 늑돌이와 쑤기는 뒷자리에서 한줄씩 차지하고 누워서 다녔다. 잠자기 편하다.
기내식은 이런 수준이었는데,
푸짐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먹을만 했다.
그리고 아무도 신청하지 않길래 늑돌이가 용기를 내서 맛이 괜찮다고 소문난 앙코르 맥주를 스튜디어스 아줌마한테 부탁했더니 갖다 주더라. 그걸 본 다른 한국 아저씨들도 눈치만 보고 있었는지 용기를 내서 맥주를 요청, 장내는 좀 더 즐거워졌다. ^^
승객들이 전부 한국인이었으니. 노래방 기계라도 가져다 놓고 놀아도 될 분위기. 비행기도 아담한게 관광버스 분위기라고나 할까.
아무튼 대만에 경유한다고 해서 대만 면세점에 들러볼 수 있으려나 했더니 그건 아니었다. 그냥 내려서 연료만 보급받고 떠나는 것이었다. 비행기가 작아서 꼭 내려야만 하는 상황인 거다. 이 부분이 돌아올 때 문제를 일으킨다.
아무튼 출발에서 씨엠립 도착까지 로열 크메르 항공으로 인한 큰 문제는 없었다. 나중에 더 이야기하겠지만, 돌아올 때도 비행기의 안전 문제로 인한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다른 문제가 있었다).
2. 도착
■ Service Fee?!
푸켓 공항이 그러했듯 씨엠립 공항 또한 작았다. 다만 공사를 새로 한지 얼마 안되는지 깨끗한 편. 캄보디아는 특이하게도 입국 시에 현지에서 비자를 발행해 준다. 비용은 1인당 20달러.
출발하기 전에도 들었지만 관광객들이 늘어나면서 Service Fee 라는 명목으로 급행료를 요구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1달러씩. 얘네한테 1달러는 꽤 큰 돈이다.
하지만 늑돌이와 쑤기는 단호하게 안 냈다(알고보니 같이 온 패키지 관광객이랑 다른 팀들도 다 냈더라). 10분 정도 더 시간을 끌더니 결국 비자를 주긴 하더라. 이거 다 한국 패키지 관광객 가이드들이 들여놓은 습관이 아닌가 싶다. 일 빨리 처리하려고 관광객들 주머니를 털다니. 나쁜 가이드들 같으니라고.
■ 호텔로 움직이기
아무튼 그 놈의 Service Fee 덕분에 가장 늦게 공항에서 나가 인솔자와 버스를 만났다. 자유여행 팩은 항공편과 숙박(아침밥 포함), 그리고 최초 호텔까지 이동을 책임져준다.
한국폴리우레탄공업주식회사 상표가 인상적인 버스 안을 보니 우리 말고 두 팀이 이 자유여행 팩으로 온 것 같다.
원래는 앙코르 호텔이었는데 방이 없다며 모노리치 호텔로 바뀌었다. 이게 좀 문제가 됐던게, 현지에 와서 알게 됐지만 모노리치 호텔이 앙코르 호텔보다 시내에서 거리가 더 멀어서 다니기가 꽤나 불편했다. 앙코르 호텔 바로 건너편에 우리나라 게스트하우스 겸 여행사인 글로벌 게스트하우스가 있어서 이것저것 물어보기도 편하고 그 위치라면 시내로 걸어가는 것도 어렵지 않았기 때문에 앙코르 호텔이 위치 상으로 더 좋았다. 좀 아쉬운 부분.
■ 모노리치(Monoreach) 호텔
앞에서 말했던 것처럼 위치 상으로는 문제가 있었지만 모노리치 호텔 자체는 그렇지 않았다.
방은 물론 깨끗(들어가자 마자 어지럽혀서 사진은 못 찍었다. -_-;)하고 동남아 특유의 서양애들만 떠받들고 아시아인 우습게 보기는 느낄 수 없었고, 사람들이 언제나 웃는 얼굴로 대해서 기분이 좋았다.
아침밥은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서양 음식들을 기본으로 한 부페로 제공되는데 김치 비스무리한 것도 있고 준비된 음식들이 고급은 아니지만 비교적 입맛에 잘 맞아서 캄보디아에서의 아침밥 4끼는 맛있게 잘 먹었다.
수영장도 있었지만 날이 시원하고 시간이 없어서 딱 한번 수영했다. 비키니 아가씨 또는 잘 빠진 꽃미남이 일광욕하는 장면을 제공하지 못해 죄송하다. ^^;;;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웠고, 사람들도 좋았다. 안전금고가 없는 것이 흠이긴 했지만, 아무튼 좋은 느낌을 준 호텔이다.
■ 자동차 예약하기
우리는 대충 짐을 풀어놓고 방을 나섰다. 거리 상으로는 그리 멀어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모노리치 호텔에서 글로벌 게스트하우스까지 걸어가서 내일부터 다닐 교통편을 예약하고 이것저것 물어볼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건기라 그런지 먼지가 꽤나 많았고 교통량도 많아 날씨가 그리 덥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걸어다니기가 꽤 불편했다.
그렇게 걷고 걸어서 글로벌 게스트하우스에 도착.
한국인 사장님과 이야기 해보니 마침 오늘 도착한 한국 사람 두명이 있다길래 그들을 꼬셔서 네명으로 3일간 택시를 예약했다. 택시가 정확히 뚝뚝의 두배 가격인지라 두명이 뚝뚝 타나 네명이 택시타나 부담금액은 같기 때문이다. 특히 택시는 에어컨도 나오고 먼지도 막아주니 더 좋다.
아무튼 우리는 그들과 이후 3일 동안 같이 다니게 된다.
자, 이번 편은 여기까지다. 다음 편부터는 드디어 앙코르 유적군 이야기를 시작한다.
저번 편이 앙코르왓 여행에 대한 요약 정보라고 하면, 이번 편부터는 체험담 위주의 이야기들이다. 시간 없으신 분들은 1편만 보고 여행을 준비해도 큰 무리는 없을 것 같다.
늑돌이가 묵은 모노리치 호텔
참고로 이번 여행기는 시간을 순서대로 따라가기 보다는 주제별로 적당한 부분은 한꺼번에 묶어서 적을 것이다.
1. 출발
■ 새벽에 첫차 타기
늑돌이와 쑤기가 탈 비행기는 무려 오전 8시 45분 출발이다. 보통 3시간 전에 공항에 도착하는게 정상인 만큼, 5시 45분까지는 가야 하는데 아침 일찍인지라 공항이 붐비지 않아서 그런지 여행사가 제시한 모이는 시간은 6시30분이었다. 문제는 그 시간까지 갈 수 있는 교통편.
누가 데려다 줄 사람도 없고해서 내가 차를 몰고 갔다가는 하루에 8천원씩 하는 주차비랑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 요금인 6900원을 포함하면 5일 주차료 대략 40,000원 +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 요금 13,800원 = 53,800원이 나가는 셈이다(연결고리 참고).
인천공항 주차비(2007.3.17. 현재)
그러니 우리의 선택은 하나, 공항 리무진 버스 뿐이었다. 공항 리무진 사이트를 뒤져보니 대략 새벽 5시 정도에 우리집 근처를 지나는 버스가 하나 있더라. 그걸 타기로 했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더 발생하는데, 짐을 다 싸고 났더니 새벽 두시 였다는 점. 하는 수 없이 쑤기 마님은 고이 재우고 늑돌이는 밤을 지샜다... 라고 해봤자 네시에 마님을 깨웠으니 겨우 두시간 안 잔거다. 아무튼 일어나 남은 밥을 뜨거운 물에 훌훌 말아서 맛있게 먹어치우고 네시 반 경에 집을 나섰다.
겨울에 따뜻한 동남아로 떠나는 여행에서 복장은 많이 신경쓰이는 부분이다. 얇게 입고 가자니 짐은 적지만 공항을 오갈 때 춥고, 두껍게 입고 가자니 짐이 많아지고(맡기는 곳도 있다지만 비용이 더 드니까). 결국 되도록이면 얇은 옷을 입고 나가는 걸로 해결하긴 했지만 그래도 추운 편이었다.
20분 정도 미리 도착해서 덜덜 떨고 있다가 리무진 버스가 도착. 타고 나니 안 추워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 시간에 타는 사람들 대부분은 공항에 근무하는 분들이더라. 막히지도 않고 휭하니 달려서 여섯시도 채 되기 전에 도착했다.
여섯시가 되어서야 센딩 업체들이 자리잡기 시작하고 있었다. 센딩 업체가 뭐냐 하면, 여행사와 연계해서 출국하는 이들에게 티켓과 몇가지 주의사항을 일러주는 일만 전문으로 하는 업체다. 우리는 제일 먼저 티켓을 받고 비행기 표도 제일 먼저 끊었다. 그 유명한 로얄 크메르 항공.
■ 불안한 로얄 크메르 항공 타기
1편에서 적었다시피 늑돌이와 쑤기가 선택한 항공편은 로얄 크메르라는 다소 생소한 항공사이다.
크메르 Khmer라는 말이 캄보디아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민족을 뜻하는 것을 봐서 캄보디아 국적 항공사라는 것은 알 수 있었는데, 그 외에는 잘 알 수 없다는 점이 문제다.
그래서 늑돌이는 인터넷으로 조사를 시작했다. 찾아낸 정보를 보면, 이 항공사는 우리나라에 다니다가 문제가 많아서 작년에 스스로 운행을 중단했다가 올 초에 다시 취항을 했다고 한다. 홈페이지에 가봐도 작년 11월 11일에 비행기가 뜨기 시작했다는 이야기가 적혀 있다. 그런데 문제는 사람들 평이 별로 안 좋고 심지어 여행사에서도 권하지 않는 것이었다.
이번에 조사하면서 알게 된 건데, 만일 어떤 항공편이 제 시간에 출발했는지, 결항했는지 알아보려면 인천공항 홈페이지의 운항정보를 보면 된다는 것이다(여러분도 어떤 항공사의 운항기록을 보려면 찾아보시라). 로얄 크메르의 항공편을 찾아보니 역시나 연착은 물론, 결항도 있었다. 불안한 상태로 며칠간 고민했다.
사실 연착이나 결항도 문제지만 저가항공사의 더 큰 문제점은 정비 불량에 있다. 저가를 유지하기 위해 오래된 기체를 가지고 적은 인원으로 많은 항공편을 돌리다 보니 사고가 잦은 것이다. 이 ‘사고’라는게 목숨에 직결된 사안이라 더욱 걱정이었다. 미남박명이란 말도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열 크메르를 버리지 못 했던 이유는 단 하나, 일정이었다. 첫날 아침 8시 45분에 출발, 대만을 경유해 오후 1시 반경에 도착하여 1, 2, 3, 4일을 씨엠립에서 다 쓰고 마지막 5일째도 하루 종일 다 쓴 채 밤 11시 10분에 출발할 수 있는 그야말로 환상의 시간표였다.
이게 무슨 이야기냐 하면,
현지에서 최대한의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
패키지가 아닌 휴가 쪼개서 나가는 자유여행자에게 이거만큼 더 좋은 건 없는 거다. 늑돌이가 베트남 갔을 때 처럼 한밤중에 도착해서 헤맬 필요도 없고 낮에 도착해서 다음날부터 뭐할까... 차분히 생각하면서 딩가딩가 시내를 구경하면서 마음 편하게 지낼 수 있다는 뜻이다.
씨엠립에 취항하는 마카오 항공 같은 다른 저가항공은 물론,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같은 고가(?)항공사도 대부분 저녁이나 밤늦게 도착하는 일정이었기 때문에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었다.
그래서 늑돌이와 쑤기는 달렸다. 여행사 직원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어차피 인생 뭐 있나 하는 기분으로.
일단 출발은 제대로 했다. 아니, 8시 45분 출발이었는데 8시 30분에, 더 일찍 해버렸다.
모든 인원이 탑승했기 때문일 꺼야... 그럴 꺼야... 그렇겠지... 설마 그렇지 않을까...
비행기는 정말 작은 녀석이다. 얼마나 작냐 하면 맨 뒷자리에 앉아도 기장실 문 열면 안까지 다 보인다. 거기다가 낡은 기종인지라 방음 시설도 그리 좋지 않다. 소음으로 내내 귀가 멍멍한 편. 역시 저가항공이다.
그리고 왜 깜빡이는 형광등을 비행기 안에서도 봐야하는지 무지 궁금했다.
한국인 스튜어디스가 한명 정도 있었다. 서비스 수준은 그리 대단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열심히는 하는게 그리 기분나쁘지는 않았다. 늑돌이가 이용한 자유여행팩 여행객 7명 정도 빼고는 대부분 패키지 여행객이었는데 대부분 앞에 앉았더라. 나중에 알고 보니 뒷자리는 소음이 더 심했다. 혹시 나중에라도 이용하게 되면 앞자리에 타시라.
자리는 반 정도만 차 있었다. 그래서 늑돌이와 쑤기는 뒷자리에서 한줄씩 차지하고 누워서 다녔다. 잠자기 편하다.
기내식은 이런 수준이었는데,
푸짐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먹을만 했다.
그리고 아무도 신청하지 않길래 늑돌이가 용기를 내서 맛이 괜찮다고 소문난 앙코르 맥주를 스튜디어스 아줌마한테 부탁했더니 갖다 주더라. 그걸 본 다른 한국 아저씨들도 눈치만 보고 있었는지 용기를 내서 맥주를 요청, 장내는 좀 더 즐거워졌다. ^^
앙코르 맥주. 맛있었다.
승객들이 전부 한국인이었으니. 노래방 기계라도 가져다 놓고 놀아도 될 분위기. 비행기도 아담한게 관광버스 분위기라고나 할까.
아무튼 대만에 경유한다고 해서 대만 면세점에 들러볼 수 있으려나 했더니 그건 아니었다. 그냥 내려서 연료만 보급받고 떠나는 것이었다. 비행기가 작아서 꼭 내려야만 하는 상황인 거다. 이 부분이 돌아올 때 문제를 일으킨다.
아무튼 출발에서 씨엠립 도착까지 로열 크메르 항공으로 인한 큰 문제는 없었다. 나중에 더 이야기하겠지만, 돌아올 때도 비행기의 안전 문제로 인한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다른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돌아와서 다른 분의 글을 보고 섬찟했다. 한번 읽어보시라.
늑돌이가 무사했다고 다른 사람들도 그러라는 법 없으니 여러분도 잘 결정하시기 바란다. ^^;
2. 도착
■ Service Fee?!
도착한 기념. 제목은 비행기와 미녀.
푸켓 공항이 그러했듯 씨엠립 공항 또한 작았다. 다만 공사를 새로 한지 얼마 안되는지 깨끗한 편. 캄보디아는 특이하게도 입국 시에 현지에서 비자를 발행해 준다. 비용은 1인당 20달러.
출발하기 전에도 들었지만 관광객들이 늘어나면서 Service Fee 라는 명목으로 급행료를 요구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1달러씩. 얘네한테 1달러는 꽤 큰 돈이다.
하지만 늑돌이와 쑤기는 단호하게 안 냈다(알고보니 같이 온 패키지 관광객이랑 다른 팀들도 다 냈더라). 10분 정도 더 시간을 끌더니 결국 비자를 주긴 하더라. 이거 다 한국 패키지 관광객 가이드들이 들여놓은 습관이 아닌가 싶다. 일 빨리 처리하려고 관광객들 주머니를 털다니. 나쁜 가이드들 같으니라고.
■ 호텔로 움직이기
버스 앞에서. 제목은 한국폴리우레탄공업주식회사와 미녀(참고로 제목을 정하는 권한은 늑돌이에게 없다).
아무튼 그 놈의 Service Fee 덕분에 가장 늦게 공항에서 나가 인솔자와 버스를 만났다. 자유여행 팩은 항공편과 숙박(아침밥 포함), 그리고 최초 호텔까지 이동을 책임져준다.
한국폴리우레탄공업주식회사 상표가 인상적인 버스 안을 보니 우리 말고 두 팀이 이 자유여행 팩으로 온 것 같다.
원래는 앙코르 호텔이었는데 방이 없다며 모노리치 호텔로 바뀌었다. 이게 좀 문제가 됐던게, 현지에 와서 알게 됐지만 모노리치 호텔이 앙코르 호텔보다 시내에서 거리가 더 멀어서 다니기가 꽤나 불편했다. 앙코르 호텔 바로 건너편에 우리나라 게스트하우스 겸 여행사인 글로벌 게스트하우스가 있어서 이것저것 물어보기도 편하고 그 위치라면 시내로 걸어가는 것도 어렵지 않았기 때문에 앙코르 호텔이 위치 상으로 더 좋았다. 좀 아쉬운 부분.
■ 모노리치(Monoreach) 호텔
앞에서 말했던 것처럼 위치 상으로는 문제가 있었지만 모노리치 호텔 자체는 그렇지 않았다.
방은 물론 깨끗(들어가자 마자 어지럽혀서 사진은 못 찍었다. -_-;)하고 동남아 특유의 서양애들만 떠받들고 아시아인 우습게 보기는 느낄 수 없었고, 사람들이 언제나 웃는 얼굴로 대해서 기분이 좋았다.
모노리치 호텔 로비. 2층에 식당이 있다.
아침밥은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서양 음식들을 기본으로 한 부페로 제공되는데 김치 비스무리한 것도 있고 준비된 음식들이 고급은 아니지만 비교적 입맛에 잘 맞아서 캄보디아에서의 아침밥 4끼는 맛있게 잘 먹었다.
보시고 눈치챘겠지만 패키지 관광객들도 많이 있어 외롭지 않다. '어이 똘이 아빠 이리 와요오~~. 알았어 밥 좀 더 갖고 와~.'
마님은 아침에 이것만 먹고 산다. 아니 이슬만 먹고 산다. 아니 참이슬만...
수영장도 있었지만 날이 시원하고 시간이 없어서 딱 한번 수영했다. 비키니 아가씨 또는 잘 빠진 꽃미남이 일광욕하는 장면을 제공하지 못해 죄송하다. ^^;;;
복장을 보면 대강 어느 나라 사람인지 구별이 가능하다.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웠고, 사람들도 좋았다. 안전금고가 없는 것이 흠이긴 했지만, 아무튼 좋은 느낌을 준 호텔이다.
■ 자동차 예약하기
우리는 대충 짐을 풀어놓고 방을 나섰다. 거리 상으로는 그리 멀어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모노리치 호텔에서 글로벌 게스트하우스까지 걸어가서 내일부터 다닐 교통편을 예약하고 이것저것 물어볼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건기라 그런지 먼지가 꽤나 많았고 교통량도 많아 날씨가 그리 덥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걸어다니기가 꽤 불편했다.
인도의 소 님이 생각나서 한장 찍었다(자세한 이야기는 인도 여행기 참고).
그렇게 걷고 걸어서 글로벌 게스트하우스에 도착.
글로벌 게스트하우스 장승 앞에서. 제목은 장승과 미녀.... 근데 제목을 적는데 왜 이리 스트레스가 쌓이지?
한국인 사장님과 이야기 해보니 마침 오늘 도착한 한국 사람 두명이 있다길래 그들을 꼬셔서 네명으로 3일간 택시를 예약했다. 택시가 정확히 뚝뚝의 두배 가격인지라 두명이 뚝뚝 타나 네명이 택시타나 부담금액은 같기 때문이다. 특히 택시는 에어컨도 나오고 먼지도 막아주니 더 좋다.
아무튼 우리는 그들과 이후 3일 동안 같이 다니게 된다.
자, 이번 편은 여기까지다. 다음 편부터는 드디어 앙코르 유적군 이야기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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