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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도XP를 2년 더 살려준 UMPC와 보급형 P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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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에게는 뿌리깊은 전통이 있습니다.

그들은 새로운 OS를 만들면 필요한 시스템 제원을 예전 버전보다 꼭 더 높게 합니다. 끊임없이 새로운 하드웨어를 팔아야 먹고 사는 PC 제조업체와 결탁이라도 했던 건지, 아니면 사용자들의 PC 사양을 지속적으로 높여야만 한다는 이유모를 사명감에 불타오르고 있는 건지, 어떤 까닭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윈도95가 처음 등장할 때는 80386 이상의 CPU에 4MB 이상의 메모리를 최소 사양으로 지정했었지만 윈도 비스타는 최소 사양으로 800MHz 이상의 CPU에 512MB 이상의 메모리를 요구했습니다. 길다면 긴 세월 동안 마이크로소프트의 OS 기술력은 나날이 발전했을 텐데 왜 버전이 올라갈수록 더 느리고 덩치가 커지기만 하는 이유는 영원한 수수께끼인지라 여기서는 일단 제껴두기로 하죠.

아무튼 마이크로소프트가 새 OS를 발표하면 거기에 맞춰 새로운 PC의 수요가 늘어나고 기존 PC는 구형으로 취급받는게 지금까지의 상황이었죠. 윈도가 새로 등장하면 기업의 전산담당자는 머리를 싸매야 했고 PC 제조업체는 새로운 제품을 팔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지적해 왔지만 듀얼이나 쿼드 코어 따위의 고사양 CPU는 PC 사용자 가운데 극히 일부만이 필요로 하는 수준의 성능입니다. 대부분의 이용자들은 PC로 웹 서핑과 업무 처리, 그리고 간단한 게임 정도를 즐길 뿐이죠. 그런 정도의 일을 위해서라면 벌써 수년 전에 등장한 펜티엄3 700~800MHz의 CPU에 메모리는 512MB 정도면 충분하고도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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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MPC에서는 윈도XP면 충분합니다.


특히 휴대성을 최우선의 목표로 하는 UMPC를 볼까요? 코어 2 쿼드를 달고 풀HD 동영상 인코딩을 30초만에 해낸다 해도 3분 밖에 못 쓴다면 아무 의미가 없죠(전깃줄 끊어진 에반게리온을 참고하시길). 그래서 저성능이지만 필요한 업무는 처리할 수 있을 정도는 되는 수준의 저전력 소비 부품으로 제품을 구성하여 출시합니다. 하지만 이 경우 윈도 비스타는 해결책이 못 되죠. OS 그 자체로 너무나 무거워 멀쩡한 PC를 느리게 만들어 버리니까요.

또 한가지 경우를 이야기 한다면 바로 저가격으로 출시되는 보급형 PC입니다. 저가격을 위주로 한 제품이라면 역시 최소한의 성능만을 가지도록 설계를 합니다. 이런 PC에게 역시 윈도 비스타를 강요할 수는 없는 거죠.

덕분에 두 경우 다 대부분 무거운 윈도 비스타 대신 훨씬 가벼운 윈도XP를 탑재하여 출시합니다. 간혹 윈도 비스타를 탑재했더라도 사용자가 알아서 윈도XP로 교체하는 경우도 많이 있었고요.

이렇듯 윈도XP의 수요가 아직 있지만 그렇다고 마이크로소프트가 눈 하나 깜빡하겠습니까. 데스크탑 OS 시장에서는 거의 독점이라고 봐도 좋으니 지네들 맘대로 해도 되는 상황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입장에서야 오래된 OS 남겨둬봤자 버그 잡고 보안 문제 해결하는 등 유지보수하는데 돈만 더 드니 그냥 없애버리는게 돈 아끼는 방법인 거죠.
많은 사람들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윈도XP는 올해 6월이면 판매가 끝나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이제 사람들은 억지로라도 윈도 비스타로 가야 했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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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윈도XP 홈페이지에 가면 윈도 비스타 이야기만 있습니다


그런데 마이크로소프트가 눈 하나 깜빡할 일이 벌어졌습니다. 바로 아수스 Eee PC의 대히트죠.

최소한의 성능과 좋은 휴대성을 가지고 등장한 보급형 미니노트북 아수스 Eee PC는 말 그대로 대박을 냅니다. 출시 3개월만에 35만대나 팔려나갔으니까요. 400달러 정도의 가격으로 쓸만한 성능과 1kg 미만의 가벼움을 자랑하는 이 제품은 아예 비싼 윈도는 빼버리고 리눅스를 내장하고 나옵니다. 뒤이어 인텔 또한 윈도에서 독립하고자 리눅스를 OS로 쓰는 MID(Mobile Internet Device; 휴대용 인터넷 단말기)라는 제품군을 적극적으로 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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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대박'난 아수스 Eee PC. 리눅스를 탑재했다는 사실에 마이크로소프트는 ...


뭐 지금이야 리눅스가 데스크탑 OS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이 별 거 아닐 수 있지만 이런 보급형 저사양 PC들이 점점 더 늘어나는 1년 후라면? 2년 후라면? 10년 후라면? 아마 마이크로소프트는 그런 생각을 했을 겁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은근히 신경쓰는 상대가 바로 리눅스였던 만큼 아수스와 인텔의 이런 움직임은 상당히 거슬렸던 거죠. 그래서 결국 결단을 내립니다.

윈도XP의 판매를 초저가 PC(Ultra-Low-Cost PC)에 한해서 2010년 6월 30일(또는 차기 윈도인 윈도7 출시 1년 후)까지 허용한다는 것이죠. 여기에는 말 그대로 초저가 PC는 물론, 사양이 낮은 휴대용 PC들도 포함됩니다. 물론 일반 PC를 위한 윈도XP는 원래대로 올해 6월 30일에 공급이 끝납니다. 리눅스의 데스크탑 OS 시장 진입을 막기 위해 마이크로소프트가 어쩔 수 없이 1보 후퇴한 셈입니다.

실제로 초반에는 리눅스로만 공급되던 아수스 Eee PC도 이제는 마이크로소프트와 라이센스 협상이 끝나 윈도XP 탑재판이 같이 나오고 있으며 앞으로 발매될 UMPC나 MID도 리눅스 뿐만 아니라 윈도XP를 채용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일반 소비자의 경우라면 윈도XP가 가지는 호환성은 여전히 큰 가치가 있으니까요.


하지만 차기 제품인 윈도7에서는 이런 식으로 땜방 처리보다는 부디 휴대용/저사양 기기용의 날렵한 버전을 별도로 준비해 주면 더 좋지 않을까 합니다. 나날이 무거워져만 가는 OS는 지양하고 좀 가벼운 녀석도 만들어야 한다는 거죠. 장사해야 하는 PC 제조업체 뿐만 아니라 돈 내는 사용자 입장도 좀 생각해 달라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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