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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M과 x86, 윈도8 태블릿에서 맞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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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ARM(Advanced RISC Machine)의 기세는 정말 대단합니다. IT 업계의 두 거두인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를 긴장시킬 정도로 말이죠.
스마트폰과 태블릿 열풍 속에서 애플의 아이폰/아이패드나 삼성의 갤럭시 시리즈 등 거의 대부분의 스마트폰이 ARM 기반 프로세서를 채용하는 등 주위에서 보는 대부분의 스마트폰들이 ARM 아키텍처를 라이센스해서 만든 프로세서를 탑재했습니다.

이렇게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만나 물오른 ARM은 특이한 사업방식을 갖고 있습니다.
직접 프로세서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프로세서의 디자인만 하고 거기서 나온 아키텍처를 다른 회사에 라이센스를 해주는 것이죠. 삼성, TI, NVIDIA, 프리스케일, 퀄컴 등 다양한 회사에서 다양한 모델로 ARM 아키텍처 기반의 프로세서들이 출시되고 있으며 이들은 각각의 분야에서 상당한 활약을 보였습니다.
심지어 세계 CPU 시장 1위 업체인 인텔도 과거에는 ARM 아키텍처 기반의 프로세서[각주:1]를 만든 바 있습니다.

인텔은 PC나 워크스테이션 등을 위한 CPU를 만드는 데에는 누구도 따라갈 수 없는 기술을 갖고 있다고 봐도 좋을 회사입니다. 인텔의 x86 아키텍처는 IBM PC 등장 이후로 전세계 CPU의 사실상 표준이 되다시피 했으며 x86 호환 프로세서를 만드는 회사와의 경쟁에서도 늘 우위를 점하고 있었죠. 그러나 모바일 시장이 급격하게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인텔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습니다.

몇년전부터 나오고 있는 아톰 시리즈는 PC에서는 분명 저전력 프로세서이긴 한데 스마트폰에서 쓰기에는 너무 전력 소비가 많았고, 아톰 기반의 태블릿이나 UMPC/MID에서 윈도를 올려 사용하기에는 윈도가 요구하는 제원이 높아서 너무 느렸죠. 덕분에 아톰 기반의 제품은 넷북 외에는 성공한 제품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대신 넷북 자체는 보급형 미니노트북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며 엄청난 성공을 거뒀고, 그 열풍이 어느 정도 가라앉은 지금도 많은 이들이 여전히 엔트리 레벨의 PC로 저렴한 넷북을 선호하고 있습니다.


그럼 여기서 다른 곳을 보시죠. PC 시장의 다른 한축이라 할 수 있는, 윈도를 만드는 마이크로소프트는 어떨까요.

윈도 모바일에서 윈도폰7으로 플랫폼을 일신하면서 모바일 시장에 도전하고 있는 MS는 이미 사실상 독점상태를 누리고 있는 PC용 윈도 시장에서 만족하지 않고 차기 윈도8에서는 ARM 플랫폼을 지원한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윈도 모바일과 윈도폰7의 공백기 사이에서 안드로이드에게 모바일 플랫폼 분야에서 시장을 많이 빼앗기긴 했지만 적어도 기존 윈도에 대해서는 인텔보다 동작이 빠른 셈입니다.

하지만 인텔 x86 아키텍처 진영 또한 정말 놀고 있던 건 아닙니다.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던 기존의 인텔 아톰 시리즈의 최신작으로 내년에 나올 메드필드(Medfield)와 클로버트레일(CloverTrail)에 많은 기대를 갖고 있는데, 자세한 사항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아톰 시리즈 최초로 32나노 공정을 채택하고 저전력 부문이 강화되었다고 합니다.

또 하나의 x86 아키텍처 진영인 AMD도 주목해야겠죠. 밥캣(bobcat) 코어를 기반으로 한 Brazos 플랫폼에 이어 내년에 Brazos-T 플랫폼이 나오기로 되어 있습니다. 이 또한 32나노 공정으로 개발되고 있으며 저전력 부문에 촛점을 두고 개발되었습니다.

여기까지 보면 x86 진영의 반격이 착착 진행되는 듯 한데, 문제는 변혁의 주역인 ARM 또한 저전력의 특징 위주였던 초기와는 달리 이제는 성능 면에서도 상당한 발전을 이뤘다는 점이죠.
듀얼코어 프로세서는 물론, 쿼드코어까지 준비 중이며 그래픽을 담당하는 GPU의 성능도 일취월장하고 있습니다. 요즘의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제품들이 보여주는 훌륭한 3D 게임을 보면 몇년 전 PC의 성능이 무색할 정도죠. 이렇게 좋아진 성능을 바탕으로 스마트폰 뿐만 아니라 어느 정도 PC의 쓰임새를 대체하고 있는 태블릿이나 스마트북 같은 제품까지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각주:2].


성능을 올려 스마트폰에서 더 크고 복잡한 기기로 올라가려는 ARM 진영과 저전력 기술을 강화하여 모바일 시장으로 내려오려는 x86 진영의 대결이 이제 눈 앞에 펼쳐질 듯 한데요, 이 싸움이 벌어질 전장으로 유력한 곳이 있습니다.


예, 바로 마이크로소프트의 Windows 8이죠.

내년 하반기 출시가 계획된 윈도8은 윈도NT 이후 정말 오랜만에 인텔 x86이 아닌 다른 플랫폼을 지원하는 윈도가 되었으며 그 다른 플랫폼은 바로 ARM입니다. 즉 두 플랫폼을 사용한 기기가 같은 OS를 얹고 출시된다는 이야기죠. 더구나 윈도8에는 태블릿에 대한 본격적인 지원이 들어갑니다. 그 전에도 안드로이드나 미고 등의 OS에서 약간의 마찰은 있겠지만 결국 윈도8이 가장 중요한 전장이 될 것이라 예상할 수 있습니다.

시기적으로도 인텔의 클로버트레일이나 AMD의 브라조스-T 플랫폼 또한 모두 이 윈도8 출시와 거의 동시에 시장에 등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올라가려는 ARM 진영과 내려가려는 x86 진영은 윈도8 태블릿에서 제대로 된 만남(...)을 갖고, 대회전을 벌이겠죠.

그리고 이 싸움에서 밀려나는 측은 적지않은 타격을 입을 것입니다. 인텔과 AMD는 모바일 시장으로 손을 뻗기는 커녕 기존의 노트북을 필두로 보급형 PC 시장도 위협받을 수 있으며 ARM의 경우에는 프리미엄급 스마트폰과 태블릿 시장을 x86 진영에게 상당 부분 내주겠죠. 어떤 쪽이든 기존 시장에 상당한 변화가 생길 것입니다.


오랫동안 인텔 x86은 무너뜨릴 수 없는 철옹성이라고 불리웠지만 모바일 분야에서 일어난 혁신의 물결로 인해 ARM의 기세 또한 무시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 물결 속에서 과연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소비자들은 경쟁 속에서 어떤 혜택을 받게 될지 기대됩니다[각주:3].


  1. StrongARM이나 XScale 시리즈를 만들었습니다. 당시 ARM 기반 프로세서 가운데에는 가장 빠른 축에 속했고 나름 시장에서의 성적도 좋았지만 다시 Marvell 사에 매각했죠. [본문으로]
  2. 태블릿의 경우 아이패드 등을 통해 일정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만, 스마트북에 대해서는 아직 결과가 미약한 편입니다. [본문으로]
  3. 그리고 ARM이 돌아가는 윈도8에서는 액티브X는 사라지겠죠?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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