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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PC/#태블릿#e북리더

IFA 2012/05 - 삼성 ATIV 시리즈로 바라본 윈도우 태블릿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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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IFA 2012 행사 중 모바일 분야에서 가장 많은 것을 보여준 회사는 아마도 삼성전자일 것입니다. IFA와는 별도로 2일 전에 삼성 모바일 언팩 행사를 열어 새로운 제품울 소개했으며 그 다음날에는 삼성 디벨로퍼 데이를 열었습니다. IFA에서의 전시장 또한 모바일 부문에 상당한 공간을 할애했죠.

그런 삼성이 이번에 꽤나 신경쓴 분야가 있습니다. 아직 판매도 되지 않지만 신제품으로 무려 세종류가 나왔죠. 바로 윈도우 태블릿인 ATIV 시리즈입니다.


비슷하지만 다른 3가지 아티브


3가지로 나오긴 했지만 아티브 시리즈는 두가지로도 나눌 수 있습니다. 윈도우8을 탑재했느냐의 여부로 말이죠.


윈도우8을 탑재하고 나온 제품은 ATIV smart PC와 ATIV smart PC Pro입니다. 이 제품은 최신이지만 전통적인 인텔 x86 계열의 프로세서를 장착하고 나왔습니다. 덕분에 윈도우8을 위한 새로운 앱들 뿐만 아니라 기존 윈도우7 이전의 애플리케이션도 실행할 수 있죠.
전용 키보드 독과 S펜을 가지고 나와 단순히 터치스크린에서만 끝나는 기존의 태블릿보다 입력 도구 면에서 우위를 보이는 것과 동시에 이전의 애플리케이션 자원들도 충분히 이용할 수 있도록 해놓았습니다.


또 한가지의 아티브는 바로 ARM 프로세서 기반의 아티브 탭입니다. 이 녀석은 윈도우8이 아닌 윈도우RT[각주:1]를 갖고 있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소프트웨어 호환성 면에서도 상당한 제약을 안게 되죠. 한마디로 PC용 윈도우 애플리케이션은 전혀 돌아가지 않고 아티브 탭을 위해서 새로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합니다. 대신이라고 하면 뭣하지만 윈도우 RT용 오피스가 기본 설치되어 나갑니다.
그리고 smart PC와는 달리 S펜은 없습니다.


윈도우 태블릿,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까?


삼성전자가 이번에 만들어 낸 3종의 아티브는 윈도우8과 윈도우 RT를 위한 태블릿의 모범적인 사례라 봐도 좋을 정도입니다. IFA 행사장 안에서 다른 제조사의 제품을 구경해 봐도 이 정도 완성도를 자랑하는 윈도우 태블릿들은 찾기 힘들었을 정도죠. 그런 만큼 아티브 시리즈만 잘 살펴봐도 윈도우 태블릿이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대충 알아챌 수 있습니다.

우선 제품 종류가 3개나 나와 있듯이 윈도우 태블릿을 준비한 마이크로소프트의 심경도 복잡하다는 것을 알아챌 수 있습니다. 아이패드는 휴대성과 이용시간을 중시한 탓에 말 그대로 태블릿 하나만으로도 꽤 긴 시간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만, 전통의 윈도우를 안고 가야하는 마이크로소프트는 그럴 수 없죠. 윈도우와 호환되지 않는 윈도우 태블릿이라니, 어떤 소비자가 그걸 사겠어요?
하지만 그동안 윈도우 태블릿 PC들이 나오는 족족 소규모 판매에만 그치는 이유를 무시할 수 없습니다. 인텔의 기술이 아무리 외계인을 고문한 결과라 해도 아직 ARM과 인텔 x86의 전력 소모량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윈도우와의 호환성을 유지하고자 하는 순간 크기도 무게도 모두 아이패드에 뒤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딜레마 속의 마이크로소프트 때문에 윈도우 태블릿은 어정쩡하게 세가지 종류가 나와버린 셈입니다. 우선 기존 윈도우 PC들과 호환성을 '최소한' 만족하는 아톰 기반의 아티브 스마트 PC, 성능과 기능 면에서 한층 좋은 아티브 스마트 PC 프로, 그리고 윈도우 호환성 따위는 개나 줘버려라 하는 심정으로 만든 듯한 아티브 탭이죠.


우선 윈도우8과 호환되는 아티브 스마트 PC 시리즈는 키보드 독을 기본으로 달고 나올 정도로 기존 PC, 정확히 말하면 노트북과 비슷한 형태를 취하고 있습니다. 좀 단순화해서 말한다면 터치스크린 UX가 강화된 윈도우 PC라고 보면 될려나요? 여기에 갤럭시 노트 시리즈에서 성공한 S펜도 들어있습니다. 프로까지 가면 상당히 쓸만한 PC[각주:2]입니다.


반면에 기존 윈도우 PC들과의 호환이 안 되는 아티브 탭은 한결 가볍습니다. 우선 키보드 독이 없고[각주:3] S펜도 빠졌습니다. 대신 배터리를 대폭 강화해서 무려 8000mAh 용량이 들어있습니다. 이는 갤럭시 노트 10.1보다 더 많은 수준이죠. 아이패드를 쓰던 이들이 윈도우 태블릿을 선택한다면 당연히 아티브 탭이 '정상적인' 태블릿이라 할 것입니다. 윈도우와 호환되지는 않아도 MS 오피스가 기본 설치되어있죠.

결국 이 아티브 스마트 PC 시리즈와 아티브 탭은 각각 PC의 대체제와 휴대성 부분을 나눠가진 셈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현재 나온 세 종류의 윈도우 태블릿은 잘 이해되지 않는 분류입니다. 스마트 PC 시리즈야 그렇다쳐도 아티브 탭은 분명히 '윈도우' 태블릿이지만 기존의 윈도우 PC와 호환되지 않습니다. 구입해 놓고 왜 안되나며 매장 직원을, 제조사 직원의 멱살을 잡는 이들의 숫자가 결코 적지는 않을 거라는 예상입니다. 그나마 삼성전자는 호환되는 종류에는 'PC'를, 안 되는 곳에는 '탭'을 붙여놓았지만 다른 제조사는 과연 어떨지요.

MS는 왜 이런 뻔히 예상되는 혼란을 자초했을까요?


혼란 속에서 MS가 노리는 것은



이렇게 혼동이 될 것이 뻔함에도 불구하고 MS가 이런 방식으로 윈도우8과 윈도우 RT라는 비슷하면서도 서로 다른 OS로, 그것도 같은 시기에 태블릿을 내놓은 이유는 뭘까요. 아마도 시간을 벌기 위해서가 아닐까 합니다.

현재의 아이패드가 앱스토어 등을 통해 쌓아놓은 고유의 자산은 상당한 수준이고 이제는 슬슬 거대한 윈도우 플랫폼의 영역까지 침범 중입니다. 하지만 윈도우는 여전히 인텔 하드웨어에 종속되어 있고 수많은 소프트웨어/하드웨어 자산 때문에 쉽게 떠날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인텔 하드웨어를 유지하는 한 윈도우 태블릿들은 언제나 아이패드에 비해 무게나 배터리 시간 면에서 불이익을 받겠죠.

태블릿의 강자 아이패드와 대결하려면 MS에게 기존 윈도우 환경의 자산을 유지하면서도 보다 가볍게 돌아갈 수 있는 소프트웨어와 플랫폼이 필요한 상태입니다. 하지만 지금 그런 건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그동안 윈도우를 위해 만들어진 수많은 소프트웨어들은 훨씬 더 무겁고 터치스크린에 맞지 않고 아무리 MS가 용을 써도 인텔의 하드웨어는 휴대성을 충분히 만족시킬 수준이 아니거든요. 윈도우8은 윈도우7보다 가볍지만 여전히 무겁고요.

아이패드와 경쟁해서 제대로 이기려면 새로운 소프트웨어와 플랫폼을 준비해야 하고 그리고 더 나은 하드웨어가 나오길 기다려야 하는 것이죠. 윈도우8과 윈도우 RT는 그러기 위한 과도기적인 존재가 될 거라 생각합니다.

여기서 문제는 소비자죠. 이러한 문제들이 하나로 정리된 윈도우가 나오기 전까지 특히 윈도우 RT를 탑재한 제품을 고를 때는 신중해야 합니다. 이름은 윈도우지만 그 기대를 배반하는 경우가 있거든요. 사실 그에 따른 문제는 MS가 감당해야 하는 것이지만, 현실적으로 제조사가 고객으로부터 1차 포화를 맞겠죠. 그런 면에서 윈도우 RT 태블릿을 만드는 모든 업체의 매장과 고객 센터 직원에게 심심한 위로를 드립니다.



  1. 혹자는 윈도우8 RT라고 이야기하시는데 그것은 틀린 표현입니다. 굳이 MS가 바로잡지 않고 있지만 말이죠. [본문으로]
  2. smart PC Pro는 Core i5 3317U 1.7GHz 프로세서에 RAM도 4GB로 넉넉한 성능이고 smart PC는 아톰 Z2760 1.8GHz에 2GB RAM을 갖고 있습니다. 같은 윈도우8이지만 전자의 경우 64비트 버전을, 후자의 경우에는 32비트 버전을 채용하고 있죠. 무게가 각각 884g, 762g으로 휴대성을 감안하면 현재의 기술 수준으로 긍정할만합니다. [본문으로]
  3. 나중에 제공될 예정입니다만 기본으로 포함될지는 모르겠습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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