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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PC

윈도우10, 10년된 PC에서도 돌아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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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가 디지털 시대의 총아가 된 1980년대 이후, 꾸준히 발전을 거듭하며 사람과 다양하면서도 깊은 관계를 맺어왔다. 스마트폰이나 웨어러블이 판치는 모바일 시대라고 이야기하는 요즘에도 PC의 중요성은 여전하며, 그렇기에 PC 세상을 지배하는 운영체제, 윈도우 시리즈의 최신판인 윈도우10(Windows 10)에 대한 관심 또한 매우 높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문제를 제기해보자. x86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발전을 거듭해 온 PC는 그 역사가 오래된 만큼 지금은 안 쓰는 구형 모델도 적지 않다. 비록 마이크로소프트는 호환성을 무척 중요시 여겼기에 오래된 기종에도 새 버전의 OS가 잘 돌아가는 일이 많았지만 윈도우10에서는 과연 어떨까?


그래서 오래된 PC에 깔아봤다. 그래서 이번 글의 주인공은 OS로는 새내기인 윈도우10과 함께 나이 좀 먹은 노트북 PC, 현주컴퓨터의 아이프렌드(iFriend) S3100이 되겠다.



이 제품을 기억하시는 분들이 정말 계실지는 모르겠지만 자그마치 2006년에 나온 노트북 PC다[각주:1]. 햇수로 올해 10년된 제품인 셈이다. 글쓴이는 예나 지금이나 가격대성능비를 중요시하는 만큼 당시에도 가격대성능비 면에서 제법 인정받았던 제품으로 대만에서 OEM받아 국내에서 팔았던 것[각주:2]으로 기억한다. 마그네슘 합금으로 둘러싼 본체는 꽤 튼튼해서 지금도 그 형체를 잘 유지하고 있으며 키보드도 무난한 편이다. 터치패드 쪽은 아쉬움이 많지만.



우선 CPU는 인텔의 넷버스트 아키텍처로 대변되는 펜티엄4의 삽질 때문에 당시에는 제법 잘 나갔던 AMD가 만든 Mobile Sempron 3100+ 1.8GHz다.코드명 Roma로 90nm 공정으로 만든 싱글코어 제품. 여기에 들어간 건 32비트 전용의 모바일 셈프론이지만 메인보드가 지원하기 때문에 64비트 프로세서인 Turion 64로 교체한 경우도 있었다. 물론 당시 기준으로는 셈프론의 성능도 나쁘지 않았다.



그래픽은 ATI Radeon Xpress 200M. 지금이야 AMD와 ATI Radeon이 같이 있는게 전혀 어색하지 않지만 이때는 아직 두 회사가 합치기 전이었다. 참고로 이 제품의 메인보드 칩셋은 ATI가 만들었다. 지금이야 엔비디아도 메인보드 칩셋 사업을 접었지만... 아무튼 그런 시절의 제품이다.


RAM은 기본이 DDR 256MB였는데 그래픽 카드가 RAM을 공유하는 방식인지라 너무 부족해서 1GB 모듈을 꽂아서 1.25GB로 만들어 썼다. 그리고 S3100에는 WiFi 그런 거 없었지만 따로 intel 2200bg mini PCI용 카드를 달아서 802.11b/g는 지원한다.



그리고 하드디스크는 후지쯔 제품으로 무려 100GB. 이것도 기본으로 40GB짜리가 들어가 있었는데 더 큰 걸로 사서 바꾼 거다. 그런데 지금 보니 에러가 많이 난다. 나이가 있으니 뭐.... 참고로 후지쯔는 2009년에 도시바에 HDD 사업을 매각하고 이제는 안 만든다.

눈치채셨겠지만 이 MHV2100AH라는 모델은 요즘 쓰는 SATA 방식이 아니라 병렬로 연결하는 전통의 PATA 방식이다. UDMA로 인터페이스 성능을 논하던 시절의 HDD. SSD가 날아다니는 요즘에 비하면 속도는 그렇다쳐도 윈도우10 설치를 위한 용량 면에서는 충분히 남아돈다.



S3100은 확장성 면에서도 꽤 좋았다. 여기서는 안 보이는 반대쪽에 있지만 모니터를 연결하는 D-SUB 단자나 100Mbps 이더넷 단자도 있고 USB 단자는 무려 3개, 메모리스틱까지 읽어주는 4-in-1 메모리 카드 리더도 준비되어 있었다.


결정적으로 사진에서 보듯이 ODD로 DVD 콤보까지 기본 내장하고 있었다. 무게를 줄이기 위해 ODD의 탈착도 가능하고 대신 더미 베이를 장착할 수도 있다. 마음만 먹으면 ODD 대신 두대 째의 하드디스크를 껴넣을 수도 있다. 당시 기준으로 올인원 노트북 PC라고 봐도 좋을 듯.



그래서 생각했다. USB 메모리 스틱으로 설치하는게 훨씬 효율적이지만 윈도우10을 DVD로 구워서 설치해 보자! ...고 말이다. 어차피 구형 PC니 설치도 구식으로 하는 거다. 남아있던 공 DVD-R을 찾느라 한참 걸렸다. 그냥 USB 메모리스틱으로 할 걸 그랬나 할 정도로.



여기서 디스크에 기록한 윈도우10은 이곳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윈도우10 인사이더 프리뷰 버전이다.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최신 빌드로 ISO 파일이 올라와 있는 10130 버전으로 구웠는데 저 DVD-R 디스크도 꽤나 오래 놔둔 거라 문제있을까 걱정스러웠지만,



시스템 구동 후 3~4분 정도 시간이 지나니 잘 읽어냈는지 이제는 익숙한 윈도우10의 설치 화면이 뜬다. 업그레이드 방식은 깨끗하게 포맷하고 새로 설치하는 걸로 골랐다.


그러고보니 아까 이야기에서 빼먹었는데 S3100의 디스플레이는 1280x800 해상도를 가진 12인치 크기다. 울트라씬이나 울트라북이 나오기 전 휴대성과 성능을 조화시켰던 분류인 이른 바 서브노트북에 해당하는 제품. 글래어 방식의 제법 시인성이 좋은 VA 패널이 들어있어서 VA 방식에 대해 긍정적인 마인드를 심어주기도 했다.



자, 이쯤에서 윈도우10 설치에 필요한 최소 제원을 살펴보자.


- CPU : 32비트 또는 64비트로 1GHz 이상

- RAM : 32비트의 경우 1GB, 64비트는 2GB

- 그래픽 : DirectX 9, WDDM 1.0 이상의 드라이버

- 해상도 : 800x600 이상

- 입력 장치 : 키보드와 마우스

- 하드디스크 : 32비트는 16GB, 64비트는 20GB


글쓴이가 확장한 덕에 S3100의 경우 큰 문제없이 통과되는 셈이다. 딱 한가지 빼고 말이다. 그 '한가지'에 대해서는 좀 뒤에서 이야기하자.



무사히 설치 프로그램 구동.



20여분만에 여기까지 도달.



얼마 안 남았군.



......응?




...다행히 저 무서운 메시지를 담은 화면은 얼마 안 있다 넘어갔다.



아무튼 다 설치되었다 싶었더니 위와 같은 메시지가 나와 다시 설치해야 하나하는 암울한 생각에 빠지게 했다[각주:3]. 하지만 재부팅하고 나니 별 문제없었다. 휴.


설치하고 나니 OS가 차지한 공간은 10GB가 채 되지 않았다. 아무래도 32비트 버전의 용량이 더 적은 듯.



자, 이제 윈도우10이 깔렸으니 안 잡힌 드라이버를 잡아야 할 차례다.


장치관리자를 보면 드라이버가 안 깔린 장치가 나올텐데, 이때 제일 먼저 필요한게 인터넷 연결이다. 평소같으면 무선랜 연결하면 간단한데 문제는 설치 과정에서 무선랜 어댑터가 자동으로 잡히지 않았다는 점. 다행히 이더넷 어댑터는 잡혔기 때문에 글쓴이는 공유기까지 제품을 가져가서 LAN 케이블을 꽂고 유선으로 인터넷을 연결했다.



인터넷만 연결되면 이제 쉬워진다. 장치관리자에서 해당 장치에 오른쪽 마우스 클릭을 하고 [드라이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업데이트된 드라이버 소프트웨어 자동으로 검색]을 선택하면 드라이버가 자동으로 세팅된다.



무선랜 어댑터를 포함, 안 잡히던 장치 세개 모두...



깔끔하게 잡혔다. 기능에도 이상없다.



좀 더 제대로 쓰고 싶다면 로컬 계정을 온라인으로 연결하는 마이크로소프트 계정으로 바꿔주는 일과 윈도우 업데이트를 구동해서 추가 업데이트를 받는 일도 빼놓을 수 없겠다.



설치 후 간단하게나마 시험해 봤는데 10년된 노트북이지만 윈도우10으로 하는 여러가지 작업도 좀 느리긴 하지만 그럭저럭 실행해주고 있었다.




그런 고로,



10년된 PC에 윈도우10 설치하기는 완벽하게 끝났다....!



고 선언하고 끝맺고 싶지만 한가지 안 되는게 남았다. 화룡점정을 못했달까.



그건 바로 그래픽 카드. 윈도우10에서 Microsoft 기본 디스플레이 어댑터라는 알 수 없는 그래픽 어댑터를 쓰는 걸로 되어 있고 Radeon Xpress 200M으로는 도저히 잡히지 않는다. 해상도는 원래의 1280x800이 아니라 1024x768이고 그래픽 가속이 2D건 3D건 하나도 먹히지 않아서 화면 출력에 엄청 시간이 많이 걸린다. 느린 PC긴 하지만 그래픽만 제대로 잡혀도 훨씬 나아질텐데 아쉬운 부분.


해결 방법을 여러가지로 찾아봤지만 저 Radeon Xpress 200M이 DirectX 9.0은 지원하지만 ATI(지금은 AMD)에서 윈도우 비스타 이후 드라이버를 아예 안 내고 포기한 제품이어서 정식 드라이버는 도저히 구할 수 없었다. 어떻게 개조 드라이버라도 구하던가 만들던가 해야 하는데 가능할지는 모르겠다. 2D 가속만이라도 되면 훨씬 나아질텐데. AMD가 원망스럽다.







자, 이제 정리해보자.


10살 먹은 노트북 PC에 윈도우10을 깔아 쓰는 것, 그것은 분명 가능한 일이다. 설치 과정은 쉬웠으며 그래픽 카드를 제외한 드라이버 설정도 간단했다.

윈도우는 10년의 세월도 뛰어넘는다. 오래된 PC라도 윈도우10의 최소 제원만 지켜준다면 잘 설치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글쓴이의 윈도우10 설치 경험에서 알게 된 몇가지 사항만 염두에 두자.


1. 가장 중요한 것으로 인터넷 연결이 제일 먼저다. 초기 설치에서 WiFi 드라이버가 안 잡히는 일은 비일비재하므로 유선 이더넷 단자가 있는 제품이 편하다. 그게 안 되면 블루투스를 이용한 인터넷 공유라도 할 수 있어야 초기 설치에서 안 잡힌 드라이버를 인터넷을 통해 잡을 수 있다. 자체적으로 인터넷만 잡으면 그 이후 작업은 매우 편해진다.


2. 지나치게 오래된 부속을 가진 경우, 해당 장치가 적어도 윈도우8에서 지원하는지 살펴보자. 윈도우8까지 지원하고 있다면 대부분 윈도우10에서 지원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인터넷에서 해결책을 미리 뒤져보자.


3. 제조사에서 아예 지원을 포기한 경우도 있다. 인터넷으로 해결책을 알아보고 안 된다면 과감하게 설치를 포기하고 다른 하드웨어로 도전하는 것도 방법이다.



어찌되었든 간에 개인적으로는 오래된 PC를 꺼내 오랜만에 만져볼 기회를 준 윈도우10이 조금 고마운지도 모르겠다. 일단 재미있었고, 오래된 하드웨어의 활용에 대한 생각도 다시 한번 하게 만들었던 기회였다. 다음에는 윈도우10에 대해 더 깊이 들어간 이야기를 해보자.




윈도우10 스토리텔러로 활동 중이며 포스트 작성을 위해 마이크로소프트로부터 원고료를 제공받습니다.


  1. 위 사진에 나온 BIOS 최종 업데이트 날짜를 보시길. [본문으로]
  2. 이 모델을 국내에 들여왔던 곳이 현주말고도 다른 곳도 있었다. 현대였던가... [본문으로]
  3. 한국어 번역도 좀 이상하고.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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