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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 단자, 이제 LG폰 하나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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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아이폰으로 스마트폰의 세상을 열 때 새롭게 어필한 부분들이 한두가지가 아니지만, 그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것으로 바로 오디오로서의 쓰임새입니다. 당시 스마트폰에 가장 가까운 존재랄 수 있는 PDA폰 또한 MP3 파일 정도는 무리없이 재생할 수 있었지만 본격적인 휴대용 오디오라는 관점에서 제대로 만들어 중요한 특징으로 내세운 것은 아이폰이었죠.


실제로 아이폰은 기존 아이팟 시리즈의 자산을 그대로 물려받은 잘 구축된 음원 서비스가 있었고 음질 또한 휴대용 오디오로서 활용하기에 모자람이 없었습니다. 여기에 영향받아 요즘에는 아이폰이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건 오디오로서의 역할로는 일정 수준까지 도달했다는 점에는 대부분 동의하실 겁니다. 스마트폰의 음질이 상향평준화되면서 휴대용 오디오 기기 시장 자체가 초고가 부문 빼고는 사실상 사라졌죠.


하지만 여기 또 한번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유선에서 무선으로 말이죠. 스마트폰을 휴대용 오디오로 만드는데 앞장서왔던 애플 아이폰이 2016년, 아이폰7에서 최초로 3.5파이 오디오 단자를 빼버렸습니다. 대신 자사의 라이트닝 단자를 이용하는 번들 이어폰과 3.5파이로 변환하는 젠더를 제공했죠. 시장에는 상당한 충격이었습니다만 아이폰의 판매량은 그다지 줄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이 조치를 좋아하는 이들도 많지는 않았던 것 또한 사실입니다.


애플의 이런 변화에도 불구하고 삼성이나 LG 등 경쟁사들은 오디오 단자를 빼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아이폰 대비 우월한 부분으로 홍보하곤 했죠. 특히 LG전자 플래그십 모델들은 유선 오디오 이용자를 위한 별도의 HiFi QUAD DAC을 매번 달고 나올 정도로 음질 면에서 특화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2019년 8월, 두번째  폭풍이 불고 있습니다. 세계 스마트폰 1위 제조사인 삼성전자가 플래그십 모델인 갤럭시 노트10 제품군에서 오디오 단자를 없앴습니다.



오디오 단자, 왜 빼는가?


아마도 가장 큰 이유는 단가 절감과 설계 편의성 때문이겠죠. 단자 하나를 빼면 우선 부품 면에서 비용이 줄어듭니다. 게다가 설계 및 제조에서는 훨씬 편해질 것이며 이 역시 비용 절감으로 이어집니다. 문제는 기존 유선 이어폰/헤드폰 이용자가 많기 때문에 이를 빼버렸다가는 반발이 커진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애플이 아이폰7에서 오디오 단자를 뺐을 때만 해도 꽤 많은 항의를 들어야 했습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발표에 따르면 작년 무선 이어폰(Hearables)이 무려 4600만대 팔렸으며 2020년에는 1억2천9백만대로 늘어날 것이라고 합니다. 물론 가트너 발표 기준 2018년 스마트폰 판매량인 16억대에 비하면 아직 매우 적은 편이긴 하지만 시장 규모 면에서는 이제 무시할 수 없을 정도가 된 것이죠.


20만원 대 전후의 애플 에어팟 시리즈나 삼성 갤럭시 버즈 등은 물론이고, 2~3만원대면 구입 가능한 중국산 제품들도 실용적으로 이용하는데 문제 없을 정도로 제품군도 풍부해져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이용자 층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세계 스마트폰 시장 1위인 삼성전자 입장에서도 이제는 빼도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드는 것도 자연스럽습니다. 아마도 맨 앞에서 말한 이유 때문에 아이폰7 때부터 기회를 노리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만.

갤럭시 노트 시리즈 같은 플래그십 모델을 사는 계층이라면 무선 이어폰 사는 정도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소득을 얻고 있을 가능성도 높고, 오디오 단자를 처음 뺀 애플이 먼저 욕을 먹어 준 덕에 부담을 덜고 갈 수도 있겠습니다.


물론 삼성전자는 공식적으로는 오디오 단자를 빼면서 갤럭시 노트10/10+의 배터리 용량이 늘어날 수 있었으며, 진동 피드백 효과도 좋아졌다는 점을 들고 있습니다. 글쓴이 개인적으로도 정말 믿고 싶습니다만 그러기는 힘들겠네요.

갤럭시 노트10/10+의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USB 타입C 동글을 별도 판매한다는 점, 그리고 노트10+의 4300mAh에 비해 20% 가까이 적은 노트10의 배터리 용량 3500mAh를 감안하면 말이죠.




이제 남은 건 LG 스마트폰뿐


좀 거칠게 요약하긴 했습니다만, 적어도 우리나라, 그리고 플래그십 스마트폰이라는 조건[각주:1] 아래에서는 대략 맞는 이야기가 아닐까 합니다. 물론 삼성을 포함해서 여전히 오디오 단자를 내장한 스마트폰은 꾸준히 나오고 있고 앞으로도 더 나올 겁니다만, 우리나라에서 플래그십 스마트폰으로 인정받는 아이폰, 갤럭시S/노트 시리즈는 오디오 단자가 이미 없어졌거나 그럴 예정[각주:2]이기 때문에 LG전자의 G 시리즈와 V 시리즈 밖에는 안 남은 셈입니다.



게다가 LG전자는 앞에서 말씀드렸다시피 별도의 HiFi DAC을 내장하여 유선 오디오 음질에 특별히 신경써주고 있습니다. 이는 여전히 LG 스마트폰 마니아들이 좋아하는 요소이기도 하죠.


다행히도 하반기에 출시될 후속 플래그십 모델[각주:3]에서도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므로 적어도 올해까지는 LG전자는 플래그십 모델에서 유선 오디오 단자를 빼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하지만 내년에는 과연 어떨지요. 2020년의 새로운 플래그십 스마트폰에서도 LG전자는 유선 오디오 마니아를 위하여 여전히 단자를 유지할까요?



글쓴이 개인적으로는 LG전자 또한 오디오 단자를 뺄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에서 말했듯이 원가 절감과 설계 편의성은 대량생산이 기본인 현대 제조업에서 무시 못할 장점이기 때문이죠. 게다가 HiFi QUAD DAC 내장이 판매 면에서 얼마나 도움을 주는지에 대한 분석 결과도 중요한 판단 기준이겠죠. 그리고 LG전자 브랜드의 유선 이어폰과 헤드폰 제품군이 사실상 없기 때문에 단자를 유지해도 시너지 효과가 별로 없다는 점도 생각해 볼만 합니다.

기왕 단자를 빼버린다면 업계 최초로 무선 이어폰을 번들로 제공하여 부정적인 평가를 긍정적으로 돌려볼 수도 있겠습니다. 비용은 더 들겠지만 말이죠.


물론 시장에서 밀리고 있는 입장인 이상 선두 주자들과 차별성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유선 오디오 단자를 유지할 가능성도 있겠죠. 매력적인 고급 유선 오디오 패키지 구성을 통해 반대로 주목받을 수도 있습니다만 그 수요는 그리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과연 LG전자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 2020년을 기대해 봅니다.



  1. 앞으로도 중저가 스마트폰 제품군에서는 유선 오디오 단자가 유지되어 나올 제품이 적지 않을 것입니다. [본문으로]
  2. 3.5파이 오디오 단자가 없다는 이유로 갤럭시 노트10 시리즈가 안 팔린다면 모를까, 갤럭시 S11에서도 오디오 단자는 빠질 것입니다. [본문으로]
  3. 국내판은 V50S, 해외판은 G8X 라는 이름으로 나올 것 같습니다. 물론 뒤에 ThinQ 달고요.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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